이유있는 돌풍, 쿠만 감독의 예측불허 소튼
지옥의 일정, EPL의 박싱데이가 시작되었다.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경기는 바로 사우스햄튼과 첼시의 경기였는데 최근 3경기에서 변화무쌍한 전술을 보여주며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사우스햄튼과 파죽지세 첼시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경기력으로 봤을 때는 사우스햄튼의 승리에 손을 들어주고싶다.
쿠만은 상당히 전술의 유연성이나 첼시전 이전에 있던 3경기에서의 로테이션 활용은 정말 짜임새있었다. 적절한 로테이션과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얇은 스쿼드 뎁쓰에 대한 단점을 커버했다. 오늘 첼시는 미켈과 마티치를 더블볼란치로 기용함으로써 중원에서의 우위를 가져가면서 라이언버틀란드가 빠지고 맷타겟이 들어간 소튼의 왼쪽 측면 뒷공간을 공략할 생각으로 박스침투가 특기인 쉬얼레를 투입했는데 쉬얼레의 공간침투를 극대화 시켜줄 파브레가스를 2선에 배치하며 나름 사우스햄튼에 대한 대비를하고 나왔지만 쿠만은 한 수 더 생각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미켈과 마티치, 쉬얼레의 활용을 알고 나온 듯했는데 완벽하게 예측했고 대비했다.
1. 사우스햄튼은 어째서 비대칭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왔는가?
사우스햄튼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가장 자주사용하던 포메이션이었는데 기존 측면을 활용한 4-3-3 과는 달랐다. 위 장면을 보자. 타디치와 마네가 상당히 안쪽에 위치해서 중원싸움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수비시에는 상당히 컴팩트한 대인방어를 펼치며 중원에서 첼시를 숨막히게했다. 라인업에서 타디치는 오른쪽 윙으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왼쪽 측면에 위치하며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오른쪽 측면으로 공격가담을 시도했다가도 다시 재빨리 제자리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우스햄튼은 이번 경기 왼쪽 측면으로 쏠리는 형태의 비대칭적인 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우스햄튼은 오른쪽측면(소튼기준)을 비교적 열어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2선의 파브레가스와 쉬얼레의 동시기용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타디치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 또는 쳐진 공미자리에서 활동했는데 왼쪽측면에서의 수비가담을 위한 배치였다고 생각한다. 쉬얼레에게 넓은공간이 주어질 때 쉬얼레의 뒷공간침투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작용한다. 아마 무리뉴는 라이언버틀란드와 클라인의 공백으로 생길 측면 뒷공간을 공략할 작정으로 맷 타겟이 위치한 오른쪽 측면을 노린 카드였겠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전반전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쉬얼레 활용을 도울 파브레가스의 2선배치도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첼시는 중원을 마티치와 미켈의 더블볼란치 조합으로 나왔는데 아마 슈나이덜린과 완야마 + 스티븐데이비스(워드프라우즈)의 트리보테 구성을 염두해 중원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의 조합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마네와 타디치의 중원싸움 가세로 첼시는 후방에서의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였다. 오히려 빌드업은 사우스햄튼이 훨씬 안정적이었다고 본다. 아마 쿠만감독은 이런 포메이션을 들고온 걸로 보아 첼시의 라인업을 거의 예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우스햄튼의 왼쪽으로 치우친 비대칭적 수비는 앞서 말했듯이 왼쪽측면에서의 컴팩트한 대인압박을 펼쳐 파브레가스와 쉬얼레의 연결고리를 끊음과 동시에 중원에서의 숫적우위를 가져가며 마티치와 미켈에서 파브레가스까지 연결되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첼시는 쉬얼레가 오른쪽 측면에서 고립되자 아자르와의 측면 스위칭을 통해 풀어나가려했지만 일단 쉬얼레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지션체인지는 별다른 해결책이 못되었다. 쉬얼레카드가 쓸모없는 카드가되자 첼시는 빠른 사이드체인지를 통해 왼쪽측면에서 아자르의 개인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밖에없었고 필리페 루이스의 오버래핑, 코스타가 내려와주며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등도 해주며 첼시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사우스햄튼의 강한 압박을 쉽게 뚫어내지는 못했다.
ⓒwhosocored.com
통계를 통해 살펴보자 오른쪽이 첼시의 공격전개다. 예상대로 왼쪽측면에서의 공격전개가 45%나 되었다. 그렇다고 사우스햄튼이 완전히 아자르의 왼쪽 공간을 열어둔 것은 아니다. 수비전개시에는 빠르게 대형을 갖춘뒤 강한 프레싱미디오로 첼시의 공격진에게 달려들며 아자르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는 상당히 좋은 수비를 펼쳤다.
2. 사우스햄튼의 첼시 수비법
사우스햄튼은 수비시 타디치가 왼쪽 측면으로 내려오고 슈나이덜린 완야마 스티븐데이비스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442형태의 두줄수비를 형성했다. 여기서 펠레와 마네는 미켈과 마티치에게 압박했고 첼시가 롱볼 혹은 측면으로 패스가 들어가게 유도했다. 측면으로 패스가 들어가면 미들라인의 선수들이 압박을 가하며 수비했다. 펠레와 마네 두선수의 마킹으로 첼시는 쉽사리 중앙에서의 빌드업이 힘들어졌고 파브레가스로의 패스경로가 차단, 측면으로의 볼 투입이 많아졌고, 하프라인부터 사우스햄튼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사우스햄튼은 무리하게 전방압박을 하지도 않았고 펠레와 마네의 두 선수만으로 후방에서 +2의 숫적우위를 가져간 셈이다. 이 수비법은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를 맡았을 당시 2명의 공격수를 통해 숫적우위를 가져가던 방법과 비슷하다. 그 때는 양측 풀백을 맨마킹시켜 상대팀 센터백을 자유롭게 놔두어 롱볼을 유도하는 형태였지만말이다.
첼시가 볼 소유권을 가지고 지공 전개를 시작하면 마네가 수비가담을 하며 4141형태로 수비형태를 구축했고 바이탈존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며 혹시 모를 2선으로의 볼투입도 대비했다.
빌드업의 어려움 때문에 파브레가스가 종종 후방으로 내려오며 빌드업을 도왔지만 이미 수비대형을 갖춘 상태에서 사우스햄튼을 뚫어내기란 어려웠다. 사우스햄튼은 첼시를 대비하면서도 확실한 공격루트를 가져왔다. 라이언 버틀란드와 클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측면에서의 공격루트를 가져가기엔 힘든 부분이 있는데. 펠레의 포스트플레이를 통한 공격루트 한방은 첼시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번 경기에서 펠레,타디치,마네를 통한 사우스햄튼의 골 장면은 완벽히 준비된 공격루트임을 알 수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골 장면을 살펴보도록하자.
3. 골 장면 다시보기
사우스햄튼의 골 장면이다. 사우스햄튼은 볼 탈취한 위치에 따라 공격전개의 유연성을 두었는데 후방에서 볼 소유권을 가졌을 때 첼시의 압박이 대체로 앞쪽으로 쏠려있다. 이 때 주저 없이 후방 수비라인의 수비수들은 롱패스를 연결하며 다이렉트한 공격전개를 펼쳤다. 왼쪽 풀백의 맷 타겟이 펠레에게 정확히 연결했고 펠레는 타디치에게 떨어뜨려준다. 이 때 마네가 침투하고 타디치가 마네에게 스루패스를 넣어준다. 이런 공격전개 방식은 경기 중 몇 번에 걸쳐 나왔고 준비된 득점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보자 후방에서 폰테가 펠레에게 롱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다. 펠레의 주위에는 타디치와 마네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마네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는데 오늘의 주 득점 선수는 바로 마네라고 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펠레는 공중볼 경합에 실패했지만 만약 연결이 되었다면 타디치에게 떨어 뜨려주고 첫번째 골장면처럼 마네가 침투, 타디치가 스루패스를 넣어주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자르의 골은 어땠을까? 아자르의 골은 사실 사우스햄튼 수비의 실책이 1차원인이라고 본다.
옅은 빨간색 공간을 보자. 첼시의 한 선수에게 두명이 애워싸며 압박하다가 볼이 코스타에게 흘러 들어갔고 아자르의 공간침투 이후 득점에 성공시켰다. 이번 실점의 책임은 요시다에게 부분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전 소튼의 수비형태로 봤을 때 적극적인 대인수비, 협력수비로 볼 소유권을 가져오는데 이 상황에서 압박에 들어가는 선수말고 주위의 선수들은 항상 빠른 빈공간 커버에 신경을 써야한다. 대인마크 특성상 상대 공격진의 오프더볼에 크게 휘청일 수 있는데 압박에 실패하면 빠르게 마크를 넘겨주거나 빠른 빈공간 커버플레이를 실행해야한다.
이 장면에서 요시다는 아자르를 체크하지 못했고 결국 늦은 판단으로 아자르의 침투를 허용, 이어서 득점까지 허용했다. 요시다는 이번 경기 대체로 마주보는 대인수비에서는 무난한 활약을 했지만 커버플레이에서는 허점을 보였다. 이 득점이 아니었다면 사우스햄튼의 승리까지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전반전 끝나기전 터진 골로 후반전의 전술을 다시금 수정해야할 상황에 놓이게되었다. 물론 아자르의 침투 이후 득점 장면까지 아자르의 움직임은 상당히 좋았고 충분히 아자르를 칭찬할만하다. 이번 경기에서 첼시 선수들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선수는 단연 아자르라고 말할 수 있다.
4. 후반전, 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1대1로 전반전을 마친 상황에서 당연히 첼시는 변화를 주어야했다. 예상한대로 쉬얼레를 윌리안과 바꿔주었다. 윌리안의 투입으로 경기장을 좀 더 넓게 사용하려는 무리뉴의 의도였다. 이에 사우스햄튼은 압박의 위치를 낮게 재설정했고, 타디치를 킥력이 좋은 워드프라우즈와 교체, 요시다를 빼고 높이에서 강한 가르도소를 투입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알더베이럴트가 옮겨갔고 가르도소는 폰테와함께 짝을 이루었다. 아마 중원에서 해답을 발견하지 못한 첼시가 측면을 사용할 것을 예측했나 싶을 정도로 쿠만의 교체는 정확했다.
이어 무리뉴는 미켈을 빼고 드록바를 투입함으로 측면을 사용할 것이 확실시 되었다. 포메이션을 4-2-2-2형태로 바꾸었고 마티치와 파브레가스 더블볼란치로 구성하며 파브레가스가 후방에서의 링커로 역할이 바뀌었다. 이제는 박스안 싸움의 승자가 어느 팀인가가 관건이 되었다. 사우스햄튼은 셰인롱을 투입하며 역습을 통한 득점의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확실히 수비에 더 비중을 두었다.
계속해서 첼시는 좌우측면에서 패널티 박스안으로 크로스를 찔러 넣었고 박스안에는 드록바와 코스타와 교체되어 들어온 레미가 있었다. 수차례 거듭되는 첼시의 공격과 사우스햄튼의 치열한 수비가 오갔고 결국에는 집중력을 잃지않고 수비한 사우스햄튼이 1대1스코어를 지키며 첼시,아스날,맨유로 이어지는 지옥의 일정에서 승점1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지만 경기가 끝난 뒤 사우스햄튼이 승리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만큼 쿠만감독은 경기안에서의 유연한 전술운용과 예측하지못한 전반전에서의 대비전술까지 철저하게 첼시를 공략했다. 슈나이덜린이 레드카드를 받으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사우스햄튼이지만 첼시를 상대로 재밌는 경기를 펼쳐주었고 다음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과연 쿠만이 이번에는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돌풍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리저리 몰아치는 예측불허 돌풍의 팀 사우스햄튼을 응원해본다.
- 글,그래픽 : 스루패스의 풋볼칼럼
- 통계 자료 출처 : 후스코어드